스테이블코인 시대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테더? 서클? [스테이블코인 1부]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세계 금융질서를 움직인 트리거였을까

2019년 10월 23일.
페이스북을 이끌던 마크 저커버그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했습니다.
그를 이 자리에 세운 핵심 쟁점 중
하나는 페이스북이 추진하던
디지털화폐였습니다.
그 이름은 리브라(Libra).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화폐가
왜 미국 의회와 세계 금융당국의
경계 대상이 되었을까요?
그리고 이 사건은
지금의 스테이블코인 시대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요?
스테이블코인을 세계 금융질서의
문제로 확장시킨 트리거는
페이스북의 리브라였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리브라는 최초의 스테이블코인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을 암호자산
시장 안의 도구에서 글로벌 통화와
결제 질서의 문제로 확장시킨 중요한
사건 중 하나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리브라의 등장과 실패,
그리고 그 이후 미국과 중국이 선택한
서로 다른 디지털화폐의 길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리브라가 최초의 스테이블코인은 아니었다

스테이블코인의 실용적 사용은 리브라가
발표되기 전부터 암호자산 시장 안에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2014년 등장한 USDT는 달러와 유사한
가치를 블록체인 위에서 보관하고 이동
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암호자산을 거래한 뒤
비교적 안정적인 가치로 자금을 보관하거나,
거래소와 지갑 사이에서 자금을 이동하는
용도로 활용된 것입니다.
USDT는 스테이블코인이 거래와 보관,
이동에 실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먼저 보여줬습니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의 등장과
스테이블코인 시대의 전환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리브라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리브라는 이전의 스테이블코인과 전혀 다른
규모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리브라는 무엇이 달랐을까

2019년 페이스북이 제안한 리브라의
차이는 기술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당시 페이스북과 메신저, 왓츠앱에는
이미 전 세계의 수많은 이용자가 연결돼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사용할
디지털 지갑 칼리브라(Calibra)를 만들고,
메신저와 왓츠앱, 별도의 앱을 통해
문자메시지를 보내듯 돈을 주고받는 구상을
제시했습니다.
초기 리브라는 달러 한 통화에만 연동되는
코인도 아니었습니다.
여러 국가의 통화와 안전성이 높은 자산으로
준비금을 구성해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글로벌 디지털화폐를 지향했습니다.
문제는 새로운 코인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그 코인을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는
거대한 사용자망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USDT가 주로 암호자산 시장 안에서 활용되던
도구였다면, 리브라는 일반 소비자의 송금과
결제, 나아가 글로벌 결제망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금융당국은 무엇을 우려했을까

리브라가 세계적으로 확산됐다면
사람들은 일부 송금과 결제에서 기존 은행이나
국제송금망에 대한 의존을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가능성이
금융당국에 여러 질문을 던졌습니다.
▶ 대규모 환매가 발생해도 준비자산은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는가.
▶ 자금세탁과 불법자금의 이동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 소비자의 자금과 개인정보는
누가 보호할 것인가.
▶ 사이버 보안과 결제 시스템의
안정성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일부 국가에서 리브라가 자국 통화보다
널리 사용된다면 통화정책과 통화주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G7 실무그룹도 글로벌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금융안정, 자금세탁 방지, 소비자·데이터 보호,
사이버 보안, 경쟁, 통화정책 등의 문제를
공식적으로 검토했습니다.
리브라는 더 이상 하나의
민간 프로젝트만이 아니었습니다.
세계 금융질서가 함께 검토해야 할
정책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었습니다.
정당한 우려와 기존 금융산업의 이해관계

당시 리브라에 대한 반발에는
서로 다른 이유가 함께 존재했습니다.
금융안정과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정당한 규제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국가의 통화정책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정책당국의 위기감도 있었습니다.
동시에 리브라가 실제로 확산됐다면
은행의 예금과 송금, 카드회사의 결제망,
국제송금 시장처럼 기존 금융산업의
역할과 수익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특히 개인정보 논란을 겪던 페이스북이
세계인의 자금과 결제정보까지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은 신뢰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리브라에 대한 저항을 단순히
기득권의 방어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기존 금융질서의 이해관계가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공익적 우려와 기존 산업의 이해관계가
함께 존재했던 것입니다.
리브라에서 디엠으로, 그리고 프로젝트의 종료

각국 정부와 금융당국의 반발이
이어지자 리브라는 처음 제시했던
구조를 수정했습니다.
여러 통화를 묶은 글로벌 코인과 함께
달러와 유로처럼 개별 통화에 연동되는
단일 통화 스테이블코인을 추가했습니다.
준비자산과 자금세탁 방지, 규제 준수
장치도 강화하려 했습니다.
2020년에는 리브라라는
이름을 디엠(Diem)으로 변경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끝내 정식으로 출범하지 못했습니다.
2022년 1월 디엠협회는
결제 네트워크 운영과 관련된 지식재산과
자산을 실버게이트에 매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협회는 미국 연방 규제기관과의
협의 과정에서 프로젝트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밝혔습니다.
하나의 글로벌 디지털화폐 구상은
결국 현실이 되지 못했습니다.
실패한 프로젝트인가, 새로운 흐름의 트리거인가

프로젝트만 놓고 보면
리브라는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연결고리 투자연구소의 CRS는
하나의 사건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남긴
다음 연결고리를 살펴봅니다.
리브라 발표는 글로벌 민간 디지털화폐의
가능성과 위험을 동시에 드러냈습니다.
CRS 관점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세계 금융질서의 문제로 확장시킨
중요한 트리거(Trigger)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저커버그의 의회 청문회와 각국 금융당국의
대응은 그 충격이 금융과 정책 영역으로
전달된 결과(Result) 였습니다.
이후 확대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제도화 논의는 하나의 결과가 다시 새로운
움직임으로 이어진 전환(Transition)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Trigger — 페이스북의 리브라 발표
Result — 미국 의회 청문회와
각국 금융당국의 대응
Transition —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제도화 논의의 확대
물론 리브라가 이후의 모든 정책을
직접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리브라가 스테이블코인을 암호자산 시장의
도구에서 통화와 결제 질서의 문제로 확장시킨
중요한 사건이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중국은 이미 국가 디지털화폐를 준비하고 있었다

중국은 리브라가 등장하기 전부터
국가가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2014년 디지털 법정화폐
연구 조직을 구성했고, 2016년에는
디지털화폐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따라서 리브라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를
시작시켰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독자적인 디지털화폐를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다는 구상은 중국이 이미 추진하던
디지털 위안화와 통화주권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한 요인 중 하나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은 민간기업이 발행하는 글로벌 화폐보다
국가가 직접 발행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위안화 e-CNY의 길을 확대해 왔습니다.
미국은 왜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길을 선택했을까

미국의 현재 정책은 중국과
다른 방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5년 1월 미국 행정부는
연방기관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즉 CBDC를 설립하거나 발행하고 촉진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동시에 합법적인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세계적 성장과 사용을 지원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같은 해 7월 제정된 GENIUS Act는
민간기업이 발행하는 결제형 스테이블코인을
준비자산과 공시, 자금세탁 방지, 감독체계
안으로 편입하기 위한 연방 차원의 법적 틀을
마련했습니다.
다만 법이 제정됐다고
모든 제도가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2026년 8월 현재 미국 재무부와
금융감독기관들은 GENIUS Act를 실제로
시행하기 위한 세부 규칙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개된 주요 절차도 최종 규칙이 아니라
제안 규칙과 의견수렴 단계에 있습니다.
중국이 국가가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를 확대한다면,
미국은 민간기업의 기술과 유통망을 활용하되
준비자산과 운영 규칙은 미국의 금융제도 안에서
관리하는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발행과 유통은 민간이 담당하지만,
준비자산과 규칙은 공적인 제도 안에 두는
구조입니다.
스테이블코인과 미국 국채의 연결 가능성

미국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지원하는
이유는 결제 기술의 혁신에만 있지 않습니다.
미국 정부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세계적 확산이 디지털 금융 영역에서도
달러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정책적
기대를 밝히고 있습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
미국 은행계좌가 없는 이용자도 디지털 지갑을
통해 달러 가치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연결고리는 미국 국채입니다.
GENIUS Act는
결제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발행량에
상응하는 준비자산을 보유하도록 규정합니다.
그 준비자산에는 현금과 은행예금,
단기 미국 국채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증가하면
단기 미국 국채의 수요 기반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미국 국채의 순수요 증가를
직접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은행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에 있던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한다면, 자금이 어디에서
빠져나와 어디로 들어가는지에 따라 금융시장
전체에 미치는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테이블코인과 미국 국채의 관계는 확정된
결과가 아니라, 시장 구조와 자금 이동에 따라
달라지는 가능성의 연결고리입니다.
미국이 경계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2019년 미국은 페이스북이 추진하던
리브라를 강하게 경계했습니다.
리브라는 미국 규제당국과 협의했지만
정식 출범에 필요한 제도적 문턱을 넘지
못했고, 결국 세상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몇 년 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없애는
대신 달러와 준비자산, 그리고 미국의
금융 규칙 안으로 편입하는 길을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경계했던 핵심은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기술 자체였을까요?
아니면 국가의 통제 밖에서 빠르게 확장될 수
있었던 글로벌 민간화폐의 구조였을까요?
공식 자료만으로
하나의 답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리브라 이후 미국이 선택한 방향을
보면 민간의 기술과 유통망은 활용하면서도
통화의 기준과 준비자산, 감독 권한은 제도 안에
두려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리브라는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리브라가 제기한 민간 디지털화폐와
통화주권의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이제 다음 단계로 이어집니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은 실제 경제에서
어디에 사용되고 있을까요?
그 변화는 어떤 산업과 기업의 새로운 기회로
연결되고 있을까요?
2부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실제 사용과
그 뒤에서 변화하고 있는 산업의
연결고리를 살펴보겠습니다.
투자는 뉴스가 아니라 연결고리에서 시작됩니다.
뉴스는 그 뒤를 따라옵니다.
연결고리 투자연구소
연결고리AZ
※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투자 시장에 대한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개인적인 관점을
기록한 내용이며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참고자료
-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마크 저커버그 청문회 자료(2019.10.23)
- Tether, USDT의 출범과 초기 활용에 관한 공식 설명
- Meta, 디지털 지갑 Calibra 발표 자료(2019.06.18)
- G7 Working Group on Stablecoins,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의 영향 보고서(2019.10)
- Diem Association, 디엠 자산 매각 발표(2022.01.31)
- 중국 인민은행, e-CNY 연구개발 진행 보고서
- 미국 백악관, 디지털 금융기술 리더십 강화 행정명령(2025.01.23)
- 미국 정부출판국, GENIUS Act 전문(Public Law 119-27)
- 미국 재무부, GENIUS Act 시행 제안 규칙 발표(2026.04.08)